백발을 한 할머니 디자이너를 꿈꾸며 – 하메식당 5화

하메식당: WE ALL HAVE A STORY TO TELL
행복의 순간을 만드는 사람들, 하우투메리 멤버 한 사람을 위해 열리는 식당입니다. 매주 목요일 하루, 저녁 7-9시의 식사만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준비한 음식과 피플 다큐멘터리, 하메식당을 시작합니다.

 

 

 

 

5화. 내 친구였으면 싶은 양꼬치, 김다슬

누군가 당신에게 양꼬치를 먹자고 한다면 그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어느 저녁, 둘이서 마주 앉아 양꼬치를 먹을 때를 떠올려보자.

조금씩 타들어가는 바알간 숯불을 본다. 사이좋게 다섯 개씩 서로의 방향을 향하도록 꼬치를 놓는다. 기계적으로 회전하는 꼬치를 보며 시선은 좌우 주행을 반복한다. 그 사이 우리는 기다림의 동지가 되는 것이다. 빨갰던 고기가 보기 좋은 색을 띨 때까지. 

친애의 마음만큼 궁금한 게 많다. 질문을 한다. 그리고 여러 번의 토스가 통했다면 정신이 팔려 꼬치 하나 정도는 새카맣게 타기도 일쑤다. 하지만 함께 지켜보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면 1초가 1년같이 느껴지는 억겁의 시간을 경험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양꼬치다. 이 침묵을 깰 수만 있다면 내 혀를 댈망정 빨간 고기를 입에 빨리 넣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우리는 알고 싶은 이와 양꼬치를 먹는다. 

“양꼬치 괜찮을까요?”

먹고 싶은 음식을 묻는 내 질문에 조심스레 다시 되묻는 오늘의 손님. 

양꼬치라니. 처음에는 편하고 솔직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얘기로 들렸다. 하지만 편한 음식들 중에서도 기다림의 음식, 양꼬치를 골랐다는 건 그녀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것이다. 분명히 식당을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거다. 식당 주인으로서, 인터뷰어로서 이런 영광의 순간은 없다. 

날씨도 따뜻한 불 앞에 있기 딱인 날씨였다. 재킷 하나 정도에는 조금 쌀쌀한 저녁. 

“네. 그럼요. 준비할게요. 맥주도 괜찮죠?”


 

들어오자마자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한다. 이 조그만 식당이 여기에 있는 것도, 낯선 곳에 아는 얼굴들의 사진이 붙어있는 것도 신기한가 보다.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동그란 눈으로 서로 인사를 한다. 

어떻게. 잘 찾으셨네요? 

번지수를 찾는 게 서툴러서 조금 헤맸어요. 근데 진짜 신기하네요. 여기에 하메식당이라니.

저도 다슬 님 덕분에 오랜만에 열어요. 먼지를 털어내느라 조금 바빴어요.

설마 하고 말씀드렸는데. 양꼬치 준비하셨군요? 우와. 

네. 이런 제안을 쉽게 놓칠 수 없죠. 오늘 딱이던 걸요.

감사해요.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식당 주인인데요. 뭐가 고생이겠어요. 어서 앉으세요. 불 올릴게요.

내가 제일 잘하는 건 내가 아니까 

저는 다슬 님 이름만 알고 있는데, 소개해주실래요?

하우투메리에서 CDO(Chief Design Officer)를 맡고 있는 김다슬이라고 하고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로운 디자이너였는데 드디어 훌륭한 동료들이 생겨 무척 기쁜 상태입니다. 디자이너로 일한 지는 올해로 9년째, 하우투메리가 7번째 회사예요. 여기에 들어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네요.

하우투메리에서 CDO는 어떤 일을 하세요?

CDO라는 게 모든 디자인 의사결정을 하는 중책은 아니고요.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자리예요.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디자이너들만의 협업방식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려고 하고 있거든요. 동시에 프로덕트 그룹에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도 일하고 있어요. 

그래도 디자이너분을 오랜만에 뵈니 반갑네요. 저도 지금 회사에서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분들을 뵙기가 어려워서 되게 반가워요.

아 정말요?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해요. (웃음) 

그럼 어릴 때부터 디자이너를 하고 싶으셨던 거예요?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몰랐지만 확고한 건 있었어요. 아주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보통 그런 말 많이 하잖아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저는 완전 반대였어요. 엄마가 공부하라고 공부 학원을 보내 놓으면 영혼 가출한 상태에서 몸만 다니는데, 미술학원에서는 제가 살다시피 했거든요.

정말 좋아하셨구나. 

너무 많이 그려서 지문도 없어지고, 손에 피나고 그랬어요. 근데 제가 특별한 건 아니고 입시 준비하다 보면 다 한 번씩은 겪는 거라. 근데 집에서는 반대가 심했어요. 

응?  그렇게 무서운 거였어?

부모님은 다른 직업을 원하셨던 거예요?

그런 건 아닌데 예체능이 워낙 돈이 많이 드니까 취미로만 하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학창 시절 내내 미술 전공은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셨거든요. 근데 제가 고집이 엄청 쎄요. 저는 원하는 게 너무 뚜렷하니까 고집을 부렸죠. 엄마도 딸이 너무 하고 싶어 하는 걸 아니까 결국 지지해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지금까지 믿어주고 계세요. 정말 고마워요.

그 이후로는 엄마도 ‘네가 한다고 했으니까 이제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같은 마음이 되시긴 하더라고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달까. (웃음)

그런 확고한 신념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어쨌든 그런 사람들은 본인이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잖아요.

네. 정말 그렇긴 해요. 사실 여섯 번이나 직장을 옮기면서 다른 일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그때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이거야’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순탄치 않았던 시간에도 한 길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끔은 다른 일을 해볼까라는 생각도 하셨다고 했는데, 그건 어떤 거예요?

누구나 슬럼프 같은 게 다 오잖아요. 저도 6번 직장을 옮겼던 게 거의 대부분은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였거든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어요. 왜 나만 가면 이렇게 되나. 너무 힘들 때는 이 길이 내 운명이 아닌가 싶어 그림 말고 하고 싶었던 걸 배워봤어요. 커피, 캘리그래피 같은 걸 배웠는데 배워보니까 더 확실해지더라고요. 내 업은 정해져 있구나 하고요.

여섯 개의 고민의 시간이 모여

그럼 그전에 다녔던 6개 회사도 스타트업 쪽이셨어요? 

아뇨. 처음에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일하다가, 대기업을 거쳐 재작년에는 인도네시아 기반 한인 스타트업에서 원격으로 일했어요.

해외에 진출한 스타트업에서 원격으로 일한 경험은 특별한데요?

우연한 계기로 하게 된 건데 회사는 인도네시아에 있고 저는 여기서 일을 하는 거였어요.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일하는 것도, 본사와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는 것도 해본 적이 없어 처음엔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영어도 잘 못해서 구글 번역기를 항상 끼고 일했고 시차도 달라서 커뮤니케이션하기도 어려웠고요. 근데 익숙하지 않았던 만큼 배운 것도 많아요. 인도네시아 시장이 메인이다 보니 기도시간을 존중해주는 문화도 신기했고, 디자인적으로도 현지 시장을 철저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어떤 에피소드가 있으세요?

한 번은 컨퍼런스에서 입을 회사 티를 맞추려고 했는데, 브랜드 컬러가 보라색이다 보니 한국에 있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보라색을 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메인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보라색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디자인에서 현지 문화를 반영하는 걸 놓친 거죠. 그래서 급히 서브 컬러를 만들어서 그 색으로 티셔츠를 만들었던 일이 있어요. 

새로 맞춘 티셔츠를 입고.jpg

그래도 혼자 서울에서 일하시는 게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본사와 떨어진 곳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UX/UI 디자이너로 입사는 했지만 브랜딩도 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필요한 디자인 업무들은 이것저것 챙겼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때 혼자 일하면서 내가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좀 생긴 것 같아요. 그 경험이 하우투메리에서 혼자 디자이너로 일해왔던 것에도 도움이 많이 됐고요. 

솔로 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준 경험들이 있으셨네요.

그전에 회사들에서 했던 고생들이 다 도움은 됐던 것 같아요. 광고회사에서는 제가 원하는 UX/UI는 할 수가 없었고 매일 배너만 만들었거든요. 처음에는 원하는 일이 아니니까 정말 힘들었는데 또 재미를 찾으려면 찾겠더라고요. 배너라는 아주 조그만 영역에서 어떻게 하면 메시지를 잘 전달할까도 큰 과제였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면 연결이 되어서 다른 기회도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있으셨어요?

광고회사 전에 영유아 앱 UI담당으로 일했었거든요. 근데 브랜딩팀의 몫이었던 이벤트 배너들이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제 일이 아닌데도 하겠다고 했죠. 그렇게 배너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쌓이니까 다음 커리어가 광고 디자인 쪽으로 이어졌어요. 하고 싶어서 하다 보니 기회가 이어지더라고요.

대표적으로 아주 일을 찾아서 고생하시는 스타일이신데요.

저 진짜 노는 거 좋아하는데. (웃음)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커리어와 맞지 않는 일을 맡게 되면 불만도 많았는데, 지나고 보니까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이면 그런 영역도 별로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여태 혼자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신혼집에는 캠핑의자가 딱

주말에는 보통 뭘 하세요?

놀 때는 활동적인 편이라 캠핑을 자주 다녀요. 주말에 틈만 나면 남편이랑 캠핑을 떠나는데 후다닥 챙겨서 1박 2일로 다녀오곤 해요. 둘 다 좋아하는 취미가 같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심지어 신혼집에 아직 식탁을 못 샀는데 그냥 캠핑 테이블이랑 캠핑 의자 놓고 지내거든요. 불편할 것 같죠? 근데 진짜 캠핑의자가 생각보다 많이 편해요. (웃음)

아니 꽃꽂이할 것처럼 생기셔서 인테리어가 캠핑이라니, 상상이 안 가는데요?

근데 정말 좋아해요. 자연이 좋아서 그런 것 같은데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거든요. 평소에는 일 때문에 내내 컴퓨터를 보잖아요. 그래서 주말에는 웬만하면 나무도 보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그러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IT 쪽 디자이너는 화면을 계속 확인해야 하니까 잠자기 전까지도 계속 보는 것 같아서 눈도 걱정되고요. UX 디자이너의 숙명 같은 거라. 그래서 쉬는 날엔 초록색을 양껏 보고 오죠.

남편 분은 어떤 일을 하세요?

남편도 디자이너예요. 학교 때부터 CC여서 되게 오래 만났거든요. 벌써 10년 됐네요. 

그 정도면 캠핑 가서 잘 안 씻어도 될만한 세월…

네 물론입니다 (웃음)

남편 분이 같은 디자이너 셔서 어떠세요? 일하실 때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예 같은 직업이니 아무래도 그렇죠. 근데 남편이 되게 냉정하게 피드백이 오는 편이어서 막상 답을 들으면 맘 상할 때가 많거든요. 근데 또 믿고 물어볼 만한 사람이니까 계속 물어보죠. 제 결과물을 다른 디자이너의 눈으로 봐주는 거니 확실히 큰 도움이 되거든요. 결국 화나지만 또 물어보고 또 화나고, 또 물어보고. 계속 반복이에요. (웃음) 

그럼 두 분이 디자이너이신 만큼 개인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으세요?

개인 프로젝트에 대해 큰 욕심은 없는데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저를 표현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긴 해요. 근데 앱 말고. (웃음) 화면을 떠나 뭔가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두 분 다 캠핑을 좋아하시니까 캠핑 브랜드 같은 거 만드시면 좋지 않을까요.

와 너무 좋죠. 근데 진짜 생각해봤던 거라 꼭 해보고 싶긴 해요.

 

다슬님의 #캠핑스타그램

상상도, 걱정도 많았던 아이

어릴 땐 어떤 아이였어요?

친구들한테는 특이한 애로 많이 불렸던 것 같아요. 4차원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친구들이 항상 또라이라고 불렀다니까요. 

아 정말요? 전혀 느낌이 안 오는데요. 어떤 면에서요?

어릴 때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걸 좋아했는데 그게 친구들이 듣기에는 특이했나 봐요. 쓸데없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혹시 데이나 님은 구름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본 적 있어요?

뭐. 만화 같은 걸 보면서 어떤 느낌일지 감은 있지만 직접 상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때는 저도 특이한 줄 몰랐는데 그런 일상의 쓸데없는 것들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걸로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웃기죠. (웃음)

디자이너로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아요. 결국 추상적인 느낌을 상상해서 눈 앞에 펼쳐야 하는 게 디자이너니까.

역시 꿈보다 해몽. 그럼 저도 그냥 그렇게 생각할래요. 

어릴 때 많은 시간을 그렇게 상상하면서 보냈어요. 그런 잡생각 때문에 한편으로는 걱정도 정말 많았는걸요.

어느 정도였길래요?

전쟁 날까 봐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뉴스에서 북한이 뭐만 했다고 하면 자는 동안 전쟁이 날 것 같은 생각이 마구 들었어요.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새벽 4시까지 못 자고 출근하고. 다들 이 얘기를 하면 말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이 맨날 너 진짜 그것도 병이다. 막 그럴 정도였으니까요. 심지어 비행기도 추락할 것 같은 걱정이 들어서 비행기도 못 탔었어요. 처음으로 해외여행 가기 전 날, 한 숨도 못 잤다니까요.

여행이고 뭐고.

저는 정반대인데. 대표적으로 천하태평한 사람. 그럼 지금도 그러세요? 

결혼하고 많이 나아졌어요. 남편이 정말 곰 같은 사람이어서 동화되는 게 있더라고요. 원래는 여행도 못 갔어요. 여행 가서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러다 남편이 조금씩 연습을 시켜주기 시작했어요. 여행도 아주 짧은 거리부터 시작했죠.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니 점점 여유로워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남편 분이 다슬 님에게 주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평생 잠도 못 주무실 만큼 걱정이 많으셨는데 남편 분 만나고 많이 안정되신 거잖아요.

그러게요. 사실 결혼 전에는 이렇게 변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걱정 때문에 불면증도 심했는데, 걱정의 대부분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이어서 더 힘들었거든요. 그러다 남편이 세상만사에 걱정 없고, 머리만 댔다 하면 자는 스타일이니까 자연스레 저도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결혼하고 한 달 정도 됐을 때는 제가 너무 잘 자길래 환경이 변해서 피곤한가 싶었어요. 근데 일시적인 게 아니더라고요. 요즘은 남편보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자요. (웃음)

진짜 주변에서도 놀래시겠는데요.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세요. 결혼하고 제가 너무 유해졌다고. 그 전에는 잠을 많이 못 자니까 항상 날카로웠거든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시죠.

내 결혼식을 도왔던 앱을 디자인하다

그럼 하우투메리에는 어떻게 오시게 되셨어요? 

호기심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제가 결혼을 작년 12월에 했는데, 준비할 때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웨딩북이라는 앱을 썼었거든요. 그게 되게 신기했어요. 내가 쓰던 앱을 만든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는 게. 근데 문화면접*(하우투메리만의 채용절차 중 하나)을 볼 때 면접관이라고 나오신 동료분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레 이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실제 결혼 준비하실 때 앱 도움을 많이 받으셨어요? 

(조용히) 사실 앱을 통해 구매를 하진 않았고 후기는 정말 많이 찾아봤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도움을 많이 얻었죠. 그래서 지금도 제가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지인들이 결혼한다고 하면 추천을 많이 해줘요. 그러면 친구들이 ‘너 애사심 장난 아니다~’ 막 이러더라고요 (웃음) 

그럼 면접 보기 전에는 앱으로만 알았던 회사였군요.

네. 많이 찾아보긴 했었죠. 보통 면접 보기 전에 홈페이지 많이 읽어보잖아요. 근데 너무 비현실적인 거예요. 7개 회사를 옮기면서 회사에 대해 그렇게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보여주기 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결혼 시장이니까 결혼 지원에 대한 건 이해가 되는데, 회사가 이렇게 자유롭다고? 생각했죠. 사내 문화도 직원들이 모든 걸 결정해나가는 것도 놀라웠고요.

사실 제가 여기 들어와서 면접관으로 가도 많은 분들이 여쭤보세요. 정말 이렇냐고. 근데 그건 장담할 수 있어요. 진짜 그렇게 살아요. (웃음)

놀러 가는 것 같은 출근길

정말 들어와 보니 어때요?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을 만큼 함께 일하는 게 재밌어요. 일하면서도 슬랙 메시지들을 놓칠 수가 없거든요. 놓치면 안 돼요. 슬랙 이모지도 직원 사진으로 다 만들어서 서로 놀리거든요. 재현님(2화 주인공)이 제 얼굴로 너무 많이 만들어서 정말 큰일이에요.

:하우투메리희노애락:

어떤 사진인지 저 봤어요. 막 장난 아니게 많던데요. 직접 다 만드시는 거예요?

네. 가장 많은 재료가 되는 게 저희 10시 10분 스탠드업 미팅 때 매일 찍는 ‘텐텐 포토’예요. 그게 누가 시킨 것도 아닌 데 올릴 때마다 서로 얼굴이랑 몸을 편집해서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든요. 저 진짜 맨날 단골 대상이에요. 

저 하나 봤었어요. 어떤 분 목을 기린같이 길게 만들어놓으신 사진. 재현님이 보여주셨어요.

악 그거 보셨구나. 근데 그 사진에 저도 있어요. 저는 다리를 완전 짧게 만들어놨더라고요. 저희가 그렇게 놀아요. (웃음)

여러분. 스타트업 다니는 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근데 그렇게 장난스러우면서도 제가 만난 손님들은 자기 일에 대해서는 진지하시더라고요.

그게 정말 신기해요. 문화가 워낙 자유롭다 보니까 잘못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할 때는 정말 다들 프로예요. 그리고 책임여부를 가리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다 같이 도우려고 하고요. 

경험해보시니 어떻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구성원이 문화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상돈 님은 정말 1도 간섭하지 않으시거든요. 일도 실무자들이 알아서 정하고 문화도 우리끼리 만들고 우리끼리 시행해요. 그런 게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직원들도 본인이 만든 문화이니 지키는 것도 자연스럽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회사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강하신 것 같아요. 그걸 가능하게 하는 성숙한 동료들을 만나서 정말 좋죠. 진짜 대단한 분들이 많으세요. 

그리고 회사 미션 자체가 진심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회사를 많이 옮겨봐서 알거든요. 미션이 말뿐일 때가 많아서. 근데 하우투메리는 그 신념이 진심인 데다, 강해요. 결혼 준비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자. 그게 제 가치관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평범한 게 제일 어려워요

웨딩북 앱을 여태 전담하셨으니 개인적으로 좀 특별하시겠어요.

진짜 제 자식 같아요. 디자이너가 혼자라 힘들었지만 그만큼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대로 하나씩 만들었다 보니 정말 애착이 가요. 에이전시나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방향이 정해 진채로 제가 하는 부분은 정말 조금이니까 그런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스타트업 디자이너로 일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럼 언제 제일 뿌듯하셨어요?

제 꿈은 그렇게 크지 않거든요. 항상 사용자가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고객 피드백을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더라고요. 한 번은 커뮤니티 후기에 누가 웨딩북 앱 리뷰를 올리셨어요. 본인은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이번 업데이트 디자인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 요즘 트렌드에 잘 맞게 하는 것 같다. 편하다.라고 해주신 글이 있었거든요. 그때 정말 기분이 최고였던 것 같아요. 회사 사람들이 글 작성자가 사내 직원이냐 다슬 님 가족이냐 이러면서 놀릴 만큼 그날 좋아했어요. (웃음)

제가 들어보니까 다슬 님은 주로 놀림의 대상 (웃음)

맞아요. 어떻게 아셨지.

그럼 다슬 님 개인적인 목표는 뭐예요?

목표라고 하기에는 안 어울리지만, 저는 사실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근데 평범한 게 제일 어려워요. 

어떤 평범함을 말하시는 거예요?

제가 말하는 평범함이라는 건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걸 말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는 혼자서 일하는 게 아니니까 커뮤니케이션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솔직히 제 생각에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디자이너가 자기만의 성향이 너무 강하거나 예술가적인 고집만 부리지 않으면  서로 적정선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 경쟁력을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보신다는 거군요.

네네. 한 마디로 함께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것 같아요. 협업하기 좋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어마어마한 꿈보다는 현실에 집중하자 주의라 평범하지만 어딘가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고 싶어요.

그런 면에 있어서 다슬 님은 다슬 님 언어로 하자면 ‘훌륭하게 평범하신’ 것 같아요. 

같이 협업하시는 기획자 재현님(2화)이나 엔지니어 혁준 님(1화)과 식사할 때 다슬 님과 일하기 즐겁다는 게 많이 느껴졌거든요. 

핫 그래요? 회사에서는 저를 제일 많이 놀리는 사람들인데. 같이 있을 때 좀 잘해주지 말이에요. (웃음) 

그런 생각으로 가지게 된 꿈이 하나 있는데,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백발을 한 할머니 디자이너. 멋있죠? 그만큼 이 일을 오래 하고 싶은가 봐요.

요즘 재밌어하는 게 있으세요?

워낙 손으로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요. 뭘 만들거나 포장하고 이런 것도 좋아하고요. 근데 결혼하고 나니까 요리에 눈을 뜬 거예요. 예쁘게 담아서 사진 찍고 그런 거요. 인스타에 올리고 좋아하고 그러고 있어요. (웃음)

그럼 다슬 님의 요리 철학을 하나 공유해주신다면?

원래는 ‘맛은 모르겠고 예쁘게’ 였는데 충격적인 건강검진 결과를 받고 바꿨어요. ‘예쁘고 건강하게’. 최근 들어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에요. 신선한 제철 재료를 활용하고 노력하고요. 요즘은 굴에 빠져있답니다. 사계절이 있어서 행복해요. (웃음)

5화. ‘내 친구였으면 싶은 양꼬치, 김다슬’ 끝

​데이나 (외부필진)
H모 스타트업 대표분과 차를 한 번 잘못 마시는 바람에 1인 식당인 하메식당을 매주 열고 있습니다. 음식과 사람을 제일 좋아합니다. 요리도, 글도 개인의 세월을 담아낼 만큼 맛있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