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메리의 리더십들에게

정말 어려운 시기 – 통장 잔고가 바닥나거나, 경쟁자가 위협하거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직전과 같은 – 에는 몸이 바빠서 밤에 잠이 참 잘 오는데, 정말 바쁘고 위급했던 일들이 한번 정리가 되니 오히려 잠이 안와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어려운 시기에는 희망을 품고 계획을 이야기 했었는데, 지금처럼 희망찬 시기에는 무거운 우려를 공유하는 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리더십들에게는 가끔(또는 꽤 자주..) 농담1 진지함9로 이야기하지만, 저는 동아시아의 결혼시장, 전세계의 출산/육아시장을 혁신하고 싶고, 그 뒤에는 우주산업에 몸담고 싶습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저도 가끔(또는 꽤 자주..) 생각하지만, 그런 담대한 꿈이 제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저의 비밀무기이자 원동력입니다. 먼 과거에 있었던 위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자라면서, 현재 지구를 바꿔나가는 영웅들을 동경하면서, 미래에는 나도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모험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주 평범하고 소심한 공대생인 제가 실제로 그렇게 될 수 있을까는 많이 고민하고 싶지 않은 영역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우연히 첫 창업을 시작하고, 필연적으로 두번째 창업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고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고민으로 바뀌었고, 저는 그 고민을 품고 원룸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또는 지독한 두통을 없애기 위해 밤새 걸으면서 답을 찾았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일을 할 자격을 얻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계획한 일을 실행해 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많이 알고,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을 하는 방법, 사람을 모으는 방법, 사업모델을 만드는 방법, 돈을 버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이것을 알게 되면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문 지식, 관련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이건 도구일 뿐 답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시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뒤로 지금까지 꾸준히 시대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내공이 담긴 글과 영상을 꾸준히 공부하면서, 점을 찾아 선을 만드는 일을 10년 넘게 해왔습니다. 알면 알수록 시대를 만드는 사람들의 탁월함이 존경스럽고, 동시에 5년 뒤, 10년 뒤의 큰 흐름을 아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다시 좋은 주제(사업 아이템), 좋은 팀, 좋은 네트워크가 답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쫓아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착실하게 저를 성장시켜 지금 제가 잘하는 것을 잘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인류의 지평을 여는 거대한 일을 할 자격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님을 점점 더 배우게 되었습니다.

무려 10년에 걸친 창업의 분투기(다시 말해 실패의 기간)를 거쳐 지금은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잘 해내면 위대한 일을 할 자격을 얻을 수 있겠다는 그런 것 말입니다. 그것은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 에반젤리스트의 채용공고를 작성하면서 이런 문구를 적었었습니다. 이 문구의 한 단어, 한 문장을 쓸 수 있을때까지 꼬박 10년이 걸렸습니다.

우리 회사는 이제 치열한 경쟁상황에 진입했고, 매 순간 오로지 growth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에반젤리스트를 찾고 있는 이유는 회사의 growth engine을 돌게 만드는 fuel이 결국 “사람과 문화”임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문화 에반젤리스트를 지금 절박한 마음으로 찾고 있습니다.

이번 문화 에반젤리스트 채용을 통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이기는 조직을 계속 확장시키는 엔진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모델이 흔들릴 수 있지만, 다시 이기는 사업모델은 이기는 조직이 만들어 냅니다. 어떤 사정에 의해서 이 조직조차 일시적으로 약화될 수 있지만, 상처입은 조직을 재생시키고 더 성장시키는 것은 강한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화를 계속 강화하고 전파하는 엔진을 지원자 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이기는 조직을 만들수 있으면, 다시 말해 탁월한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꾸면서, 마음껏 자기 역량을 펼치고,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잃을 것 없다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옆 동료가 뒤쳐져도 같이 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전우애를 다지는.. 그런 용광로 같은 문화를 가진 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알 수 있다면 위대한 일을 할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뜻으로 쉽게 잘못 읽힐 수 있는 문장이라 다시 씁니다. “용광로 같은 문화를 가진 회사 1개를 1번”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화가 가진 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문화를 우연히 얻는 대신, 이론적으로 설계하고, 논리적으로 확장하여, 용광로 같은 문화를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이 우리 하우투메리의 헌법 서론에 담겨져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지속 가능한 회사]란, 회사의 리더와 구성원, 시장 환경, 재무적 성과와 상관없이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와 이로부터 파생되는 업무의 질적인 환경이 변하지 않고 꾸준히, 점진적으로 발전되는 회사를 말합니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써, 헌법을 기준으로 인사제도를 구성원들이 직접 제정하도록 합니다. 이 인사제도는 현실에서 효력을 발휘하여, 궁극적으로 현재의 구성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조직문화를 장기적으로 강화/전파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이런 생각이 이상적으로 들리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이 들어봤습니다. 우리들 각자는 각각 많은 것, 반례가 되기 충분한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해 왔으니까요. 사람이 모이면 세력이 생기고, 정치가 생기고, 무임승차자가 생기고, 남의 공을 빼앗고, 팀이 잘되는 것보다 나만 성공하는 것이 더 우월전략이 되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충분히 착각할만큼 저도, 여러분들도 많이 경험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나랑 다른 (나쁜) 사람들이고, 이번 만큼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주제를 가지고 무언가를 잘 관리하는 회사를 만들면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저는 똑같은 문제를 똑같이 풀려고 하는 그런 생각이 오히려 이상적이고 순진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이기는 데 고민하는 시간의 10%도 이기는 문화를 만드는 데 쓰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하우투메리의 리더십만큼은 달라야 합니다. 사업적으로 일이 넘칠 때, 향후 계획이 명쾌하고 회사가 북적이며 활기차게 움직일 때, 구성원들이 회사에 애정을 갖고 헌신하고 있는 있는 바로 이 때, 이 감사한 시기에 우리는 지금의 문화가 지속가능하도록 목숨 걸고 고민해야 합니다. 목표 달성은 우리 리더십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낼 마음을 가진 구성원들이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때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약 회사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이고, 목표 달성을 하는 주체이고, 구성원들은 이를 따라 실행할 뿐이라면, 짧게는 탁월한 구성원부터 먼저 회사를 떠나 더 좋은 보상을 해주는 회사로 갈 것이고, 길게는 (저를 포함하여) 리더십들조차 목표달성을 더 잘하는 누군가에게 대체되고 말 것입니다. 일만 잘하는 리더십은 더 일을 잘하는 누군가가 오기 전까지만 리더십입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을 하는 문화를 만들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리더십이라면, 우리보다 더 일을 잘하는 사람들을 품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더 큰 리더십이 될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현재의 리더십들은 이런 관점에서 고민과 관심이라는 희귀자원을 잘 분배해야 합니다. 두려움을 갖고 문화를 지속시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저 또한 매일매일 어떻게 하면 다른 리더십들이 탁월한 결과물을 내는데 방해가 되는 것을 제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덜 방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여러분들도 구성원들을 위해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해주시길 애타는 마음으로 부탁 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하우투메리의 창업자이자 대표라는 리더십을 맡은 사람으로서, 문화의 불씨를 만들어야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으로서, 조직문화가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차세대 경영전략이라는 믿음을 알리면서 다음과 같은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해 왔습니다.

  • (업무리더십과 문화리더십의 분리) 명문화된 헌법이 변덕스러운 리더들을 대신하여 문화의 원칙을 수호한다.
  • (헌법) 헌법은 인사제도의 원칙과 훌륭한 인재상을 분명히 하여, 구성원들이 직접 인사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 (인사제도) 리더십과 구성원 모두 공개된 인사제도에 따라 평가, 보상, 해고의 결정을 받는다.
  • (복지/프로세스) 업무생산성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성원이 직접 합의하여 결정한다.

시작은 제가 했지만 이런 시도가 제대로 성공하거나 또는 제대로 실패해서 다른 방법을 찾으려면, 회사 구석구석에서 살아 움직이는 원칙이 되려면, 리더십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1번의 노력이 아니라 리더십으로 일하는 기간 내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리더십들은 대표인 저에게 보고하지 않고, 승인받지 않고, 실패해도 책망받지 않고, 어려운 일/위대한 일을 스스로 계획해서 해내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얻는 보람과 자부심은 온전히 리더십 본인의 것이지만 거기에서 나오는 성과는 회사가 고스란히 받아갑니다. 또한 리더십들이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을 보면서 저 또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약 이런 보람과 자부심을 30명, 50명, 100명 더 나아가 1,000명 이상에게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두려울 정도로 탁월한 회사, 위대한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 이 방법, 이 시도가 정답일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하게 시도하다 보면 아마 [문화적으로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더 좋은 솔루션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런 방법을 찾을때까지 고민과 관심을 계속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우리를 판단할 겁니다. 우리가 잘해도 우연이라고, 못하면 그럴 줄 알았다고 계속 판단할 겁니다. 그렇다고 다른 조직의 문제가, 과거의 경험이 우리를 붙잡게 해서는 안됩니다. 7년 전 몇명의 아웃사이더들이 결혼시장을 혁신한다고 했을 때 99.9%의 사람들이 실패할 거라 예상했지만 우린 살짝 미친(?) 놈들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문화가 결국 가장 탁월한 growth engine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99.9%의 사람들이 너무 이상적이고 때로는 안되길 바라더라도 우린 미친(!) 놈들이니 제정신을 찾을 때까지 계속하면 됩니다. 한 번에 한 단계씩 천천히 만들어가다 보면 한명씩 우리에게 베팅하는 또 다른 미친 분들이 같이 해보자고 모일 겁니다. 그렇게 조금씩 꾸준히 같이 이 여정을 견뎌내 주셨으면 합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겪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현명한 결정을 하게 돕고 있는데, 먼저 우리들부터 매일매일의 순간을 행복하고 현명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다시 한번 애타는 마음으로 간청합니다. 우리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우리들이 다함께 위대한 일을 할 자격을 얻기 위해, 문화를 수호하고 전파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부탁 드립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가 리더십으로서 해야 하는 거의 유일한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