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에도 종류가 있다 – 우리가 조직문화를 찾아 거쳐온 여정(2부)

이 글은 향후 하우투메리의 구성원이 될 분들에게 문화 거버넌스를 설명하기 위한 연재 글입니다

본격적으로 조직문화를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우리는 다른 회사들의 핵심가치(corporate value)들을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막힌 부분에 대한 해답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죠.

존중, 도전, 행복, 독창성, 열정, 용기, 퍼포먼스, 커뮤니케이션, 협업, 혁신, 특출난, 헌신, 팀웍, 품질, 시민의식, 승부욕, 책임감, 공감, 환경보호, 정의로움, 신속함, 대담함, 기업가정신, 단순함, 열린 마음, 직선적, 지속적인 개선, 정직, 열정, 주인의식, 신뢰, 최선, 최고, 재미, 위임, 자부심, 탁월함, 공동체 등등

이런 핵심가치들에는 이미 성장한 회사들의 고민이 많이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패턴을 찾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분류해보고, 공통점을 찾아보는 작업을 하면서 핵심가치에는 종류가 있고, 어떤 핵심가치들은 태생적인 문제가 있어서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찾아낸 패턴 중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 성향과 관련된 원칙: 도전, 열정, 존중, 공감 등

도전, 열정, 존중 등은 우리가 채용공고에서 흔히 보는 단어입니다. 하우투메리도 초기에 도전과 존중을 핵심가치로 선언했었는데 수년에 걸쳐 아래와 같은 갈등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impact와 probability가 낮아 진행하지 말자는 구성원에게)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해서 도전하려고 하는데, 왜 이걸 반대하나? 어려운 것도 도전해보는 게 스타트업 아닌가?
  • (가장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일을 하는 구성원에게) 다른 사람은 다 야근하면서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는데 너는 왜 야근 안하니? 열정을 보여줘!
  • (일의 품질이 낮아 피드백을 주는 구성원에게) 제가 담당자라 제가 결정하고 진행한 일인데 저를 존중해 주세요. 이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개인 성향과 관련된 원칙의 문제는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같은 단어를 두고도 사람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다르고, 추구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의미의 차이)어떤 사람들에게는 열정의 의미가 에너지 레벨이 높고 모두를 으쌰으쌰하게 만드는 무언가라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을 오랜 시간 꾸준히 포기하지 않는 내면의 열정을 말하기도 합니다. (추구하는 방법의 차이)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의 권위와 역할을 존중하여 결과를 받아들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상대방을 성숙한 동료로 존중하기 때문에 오히려 직설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감정을 상하게 할 위험을 감수하기도 합니다.

몇몇 회사들은 모호함을 피하기 위해서 의미를 다시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코카콜라는 리더십을 미래를 만들기 위한 용기를 가진 것으로 정의했고, Genentech는 열정을 다른 구성원에게 활력과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런 시도로 문제가 완화되긴 하지만 여전히 문화적 의사결정(채용, 평가, 보상, 해고)을 하는 일관된 기준으로 활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일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딩하는 개발자가 외적으로 도전적으로 보여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문이 열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없이 두드리던 영업맨이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저평가된다면, 그 실상을 아는 동료들은 회사가 내세운 도전이라는 가치를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매일 칼퇴를 하지만 컨디션 관리를 철저히 해서 업무시간의 업무밀도가 매우 높은 구성원이 열정적이지 않다고 비난받는다면 정말 일하기 싫어질 겁니다. 이들 모두 우리가 직접 경험했던 문제들입니다.

역량과 관련된 원칙: 퍼포먼스, 특출난, 문제해결력 등

역량과 관련된 원칙은 측정의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누가 퍼포먼스가 좋은가? 누가 문제해결력이 좋은가? 를 측정하는 것도 어렵고, 그것이 원래 의도했던 목적에 맞는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 고객에게 공감하며 진정성 있는 솔루션을 안내하느라 대응속도가 낮은 운영팀의 퍼포먼스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 문제해결의 결과는 좋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팀원들을 무시하고 끌고 간 리더십은 문제해결력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특히 이 역량과 관련된 원칙들은 의도치 않았던 암묵적 규칙을 만들어내기 쉽습니다. 퍼포먼스를 우선하는 회사가 영업실적을 근거로 승진/보상/해고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 정직하지 않은 방법을 활용한 사람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면 수단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만들면 된다는 암묵적 규칙이 생길 수 있습니다.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승진/보상한다면, 회사의 생존을 위해 매일 반복하는 일을 하는 구성원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고, 눈에 띄는 결과가 있는 일을 차지하기 위한 암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보상한다고 해놓고, 문제해결은 좋으나 리더와 관계가 좋지 않은 구성원이 승진에서 누락된다면, 사람들은 문제해결보다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이 유리함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한두번 잘 대응할 수는 있어도 꾸준히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매번 잘 발견하고 잘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방심하는 순간 암묵적 규칙이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역량과 관련된 원칙을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직문화의 결과와 관련된 원칙: 헌신, 주인의식, 신뢰, 공동체 등

우리가 좋은 조직문화를 갖게 되면 구성원은 조직에 대한 헌신, 주인의식, 신뢰 등으로 예상치 못한 선물을 줍니다. 이것은 마치 업무 보상(급여)을 받고 업무 결과(output)를 내는 것처럼, 문화 보상(좋은 조직문화)을 받고 문화 결과(자발적 기여)를 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문화 보상을 주기 전에 먼저 문화 결과를 내라는 것이 순리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이런 분류의 원칙은 일종의 마법의 단어처럼 쓰일 확률이 높습니다. 헌신해라(야근해라), 주인의식을 가져라(개인생활을 희생해라), 서로 신뢰하자(지시한 것을 그냥 해라)는 것처럼 말이죠.

다시 원점으로..왜 원칙이 필요하지?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사례를 찾아보면 볼수록 끝이 안보이는 터널을 잘못 들어왔다는 불안함을 숨기기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당장 생존과 성장에 집중해야 하는 스타트업인데 이런 고민이 사치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직문화의 체계(system)가 갖춰지지 않으면 30명, 50명, 100명 이상으로 구성원이 많아질 때의 문제를 이미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단순한 질문 – 우리가 왜 이 원칙이란 걸 정하려고 했었지? – 을 다시 던져 보았습니다.

  • 실제 조직생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문화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
    • 벽에 써놓을 멋있는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채용, 평가, 보상, 해고와 같은 인사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원칙
    • 문화적 분쟁상황이나 구성원간의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가이드가 되는 원칙
  • 시장상황, 사업모델, 조직구조, 심지어 구성원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문화적 지향점을 마련하기 위해서
    • 초기 창업팀이 우연히 만든 행복하고 합리적인 업무환경(or 공기, 분위기 등)을 n년 뒤에도 지속시키는 원칙
    • 그래서 구성원들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만하다고 판단하고 함께 노력해서 강화/진화될 수 있는 원칙

홍길동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해답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 왔습니다. 훌륭한 조직문화가 잘 안착한 미래의 회사에서 내 옆자리에 배울게 정말 많은, 존경할만한 동료인 홍길동이 있다고 가정했습니다. 그 홍길동이란 동료는 업무적으로도 훌륭하고, 문화적으로도 인정받는 훌륭한 동료입니다. 이 홍길동에게서 우리들이 본받을만한 점이 무엇인지 추려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불완전한 우리의 공통점이 아니라, 미래의 완전한 동료인 홍길동에게 바라는 우리의 공통된 기대가 무엇인지 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기대들은 주로 업무태도(attitude)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원칙의 분류를 업무태도로 한정하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의구심 중 상당수가 해결되었습니다.

  • 우연히 모인(=아주 다양한) 현재의 구성원들이 모두 공감할만한 공통의 행동양식(shared value)을 도출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 홍길동에게 배울만한 점, 기대하는 점을 모으는 것은 가능한 일이고, 해볼만한 일이다.
    • 이렇게 나온 홍길동의 본받을만한 태도는 우리들 스스로도 갖고 싶은 태도일 가능성이 크다. (shared value)
  • 어렵게 공통의 행동양식 → 암묵적 규칙을 잘 분류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공감할 수 없는 현재의 구성원은 어떻게 해야하지? 떠나야 하나?
    • 내가 부족하더라도 홍길동의 본받을만한 업무태도는 그와 상관없이 공감하기 용이하다.
    • 애초에 완전하고 탁월한 동료의 속성이니 내가 이에 대비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 따라서 현재 태도를 개선하는 노력을 계속하면 된다. 누구나 부족한 영역이고, 누구나 선택하면 노력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잘하냐vs못하냐 → 노력하냐vs안하냐)
  • 애초에 구성원은 계속 변하고, 이들이 공감하는 공통의 행동양식도 계속 변한다면, 여기에서 지속 가능한 암묵적 규칙을 도출해 내는 것이나, 변하지 않는 원칙을 정의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일까?
    • 홍길동이 가진 수많은 배울만한 태도 중, 우리는 특히 배우고 싶은 행동양식을 (합의에 의해) 원칙으로 선택한 것이다.
    • 따라서 구성원이 변하든/변하지 않든, (합의에 의해) 우리가 가장 배우고 싶은 행동양식을 선택할 수 있다.
    • 구성원들이 변해 그들의 공통적인 속성이 변하더라도 홍길동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 우리가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 원칙 → 암묵적 규칙 → 공통의 행동양식에 공감하는 사람, 즉 우리의 조직문화라는 것에 맞는 사람을 과연 스크리닝할 수 있을까?
    • 채용의 문화적인 기준(업무태도)은 분명해지나 여전히 스크리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 따라서 우리는 아주 높은 bar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대부분의 HR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는 홍길동의 5가지 업무태도를 훌륭한 인재의 덕목이라는 이름으로 원칙(핵심가치)로 지정하였습니다. 이것을 정할 때조차 우리는 영원히 변경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부담이 없었습니다. 홍길동은 이 5가지 업무태도를 제외하고도 훌륭한 덕목이 많은 아주 훌륭한 동료이고, 우리는 생각이 바뀌었을 때 또 홍길동의 다른 덕목 중 하나를 합의하면 될테니까요.

  • 투명한 정보 공유
    • 주변 동료들이 더 깊게 문맥을 이해하고,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동료
    • 실수와 경험을 통해 얻은 배움을 전파하여 더 나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돕는 동료
  • 자기 규율
    • 누가 보지 않아도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 동료
    • 업무 시간에 몰입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는 동료
  • extra-mile / grit
    •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한발 더 나아가 더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동료
    • 부족한 자원과 어려운 환경이지만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동료
  • 팀플레이
    • 개인의 성공보다 팀의 승리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동료
    • 팀 퍼포먼스 증진에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하는 동료
  • 용기
    • 어렵더라도 동료가 더 훌륭한 동료가 될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하는 동료
    • 스스로 먼저 훌륭한 동료인지 꾸준히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동료

so what?

실제로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길고 긴 고민의 미로를 통과한 끝에 우린 겨우 원칙으로 삼을만한 5가지 덕목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세운 저 덕목은 사실 다른 회사의 핵심가치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가치들입니다…(두둥…) 그렇다면 이 긴 고민은 결국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요?

우리가 이렇게 긴 고민의 시간을 보내면서 얻은 건 5가지 가치만이 아닙니다. 대신 우리는 지속 가능하고, 확산 가능하고, 진화 가능하면서,  동시에 구성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문화 system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아래 질문에 답이나 확신을 가진 구성원이 많이 소속된 회사는 정말 흔치 않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런 흔치 않는 회사 중 하나가 되려고 건강한 시도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가 왜 이렇게 정해졌지?
  • 이게 내 직장생활이랑 무슨 관련이 있지?
  • 좋은 문화(분위기?)가 내년에도 계속 될 수 있을까?
  • 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를 과연 내가 진화시킬 수 있을까?
  • 우리 문화는 참 좋은데.. 그게 왜 좋을까?

문화라는 제품 만들기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우리가 2018년 10월 현재, 어떻게 5가지 원칙으로부터 원칙 → 인사제도 → 암묵적 규칙 → 공통의 행동양식을 일관성 있게 정렬해가고 있는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문화를 구성원들이 사용하는 Product라고 보고 Product Engineering을 하듯이 문화 system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가 도입한 헌법, 문화 엔지니어, 문화 에반젤리스트 등의 개념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다음 글: 문화를 위한 system 만들기 – 우리가 조직문화를 찾아 거쳐온 여정(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