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 웨딩북 청담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현명한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우리는 5년 가까운 시간을 고민하고 행동하며 축적해 왔습니다. 저는 아직도 늦은 밤 막 서비스를 런칭하고 팀원들과 첫번째 소비자가 들어오길 함께 기다리던 순간, 그들이 글을 쓰고, 후기를 남기고, 질문을 하고, 마침내 결혼을 무사히 마친 후 보내 온 편지를 받던 그 순간들을 잊지 못합니다. 그들 한 명, 한 명은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제는 수백 명, 수만 명의 고객을 온라인으로 만나지만 여전히 이들을 한 개의 ID로, 감히 data로 볼 수 없다는 것. 이들에겐 오늘 하루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일 수 있다는 것. 우리가 하는 일이 재미있는 건 바로 이런 경험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우리들을 매일 겸손하게 만들고, 조금이라도 무얼 더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한편으로는 불편한 순간, 불의한 모습을 보며 분개하는 순간, 불행하고 불안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통상 이틀 간 진행되는 박람회에서 1개라도 더 팔기 위해 진실하지 못한 조언, 강요된 조언을 하는 사람들. 그러나 이 시장을 점점 더 알게 될수록 그들이 왜 그렇게 일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예비부부들을 돕기 위해 밤 늦도록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까지 도맡아 성실히 도와주는 모순된 모습을 보면서 불편했습니다.

힘 없는 스드메 사업자들을 강요하여 소비자에게 정보를 숨기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소비자를 무기삼아 사업자를 겁박하고, 결국은 소비자가 아닌 자신들에게 최선인 선택을 유도하는 게 일상인 사람들입니다.

사업자들이 울며 하소연하는 전화를 받던 날을 기억합니다. 웨딩북이 하는 일이 옳은 줄 알지만 계속 같이 하면 다른 거래가 다 끊기게 생겼으니 거래를 중단해줄 수 있겠냐는 눈물의 호소. 그날은 팀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이분들의 고충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소비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성실히 살고 있는 웨딩사업자들을 위한 것임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 애쓰며, 티도 내지 않고 몰래 추석 명절까지 나와 일한 팀원들이 생각납니다.)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임에도 불안에 잠 못 이루는 소비자들도 있었습니다. 같은 상품을 사는데도 왜 가격이 모두 다른지, 왜 처음에 말하지 않은 숨은 비용들이 이렇게 많은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홍보의 도구가 되는 사람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도와줄 것 같다가 막상 계약을 하면 단순히 계약된 DB 1개인 것 마냥 취급하는 씁쓸한 관행들. 그래도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싶어 큰 클레임 없이 애써 잊고 좋은 일만 기억하려는 소비자들. 이들이 불행을 느끼며 이 시장을 떠나면 과연 우리들은, 사업자들은, 웨딩 플래너들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걸까요?

이들이 불행을 느끼며 이 시장을 떠나면 과연 우리들은, 사업자들은, 웨딩 플래너들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 걸까요?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마땅히 그랬어야 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의 결혼준비 문화는 어떤 형태여야 할까요? 과거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지금의 불편하고, 불의하고, 불행하고, 불안한 시장과 다른 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요?

기존 계획을 진행하기에도 충분치 못한 돈과 시간이 남아있던 작년 이맘 때, 우리는 그 고민을 목숨 걸고 실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새로 100억원의 펀딩이 필요하고, 그동안 피해왔던 거친 경쟁자들과의 피할 수 없는 싸움을 해야하고, 온라인과는 확연히 다를 오프라인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해내야 하지만,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말 몸을 불살라 제대로 만들어 후회 한점 남기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웨딩북 청담입니다.

웨딩북 청담은 이제 막 결혼준비를 시작하는 소비자들에게 이미 결혼한 친구가 해줄 수 있는 따뜻한 조언처럼 알찬 경험을 공유해 주는 공간입니다. 강요나 강매없이, 미리 알고 가면 좋을 것들, 발품 팔기 어려운 것들을 언제든 편한 시간에 찾아와 체험할 수 있습니다. 결혼준비에 지쳐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직 공사가 진행중인 웨딩북 청담을 보면, 이 공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나누던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이정도면 되었다 싶을 때마다 조금 더 고민하면서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갖게 된 웨딩북 청담을 보면 자랑스럽습니다. 웨딩북 청담을 처음 맞딱드리게 될 예비부부들의 표정만이 우리 팀원들이 한 고생에 대한 유일한 보상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 자본으로 공간을 따라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 공간에 담긴 고민의 힘을 따라할 수는 없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동시에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보면 두렵기도 합니다.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숨겨진 특별함을 발견하고, 이를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매우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마다 빈 공간에 따뜻함을 채우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고, 다시 내일을 위해 어질러진 공간을 정리하는 일들. 이런 일들은 겉 보기엔 그저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의 표정, 건네는 대화에 담긴 마음, 이런 것들은 쉽게 반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웨딩북 청담의 힘은 앞으로 이 공간을 채울 새로운 팀원들이 매 순간 매번 고객에게 전달하는 진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특히 우리의 경쟁자들은) 정말로 따라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것입니다.

이제 진실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진실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5년 간 기반을 다져오며 한 고생들, 우리를 응원해주던 사업자들, 지금 있는 멤버들을 처음 만나게 된 순간들, 우리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동반자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고객들, 긴 여정이 가능하게 우리를 지지해 준 고마운 사람들. 이런 것들이 이제 곧 열리게 될 웨딩북 청담에서 모두 모여 진실을 말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해온 일이 진정으로 1명의 고객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 우리는 이후 더 많은 도시에서, 더 많은 예비부부들을 돕는 자격을 얻게 될 것입니다. 늘 그렇듯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늘 그래왔듯이 다른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묵묵히 해나갈 것입니다. 이제 진실을 확인할 순간입니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여러분들과 이 순간을 확인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9개월 간 웨딩북 청담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혼신을 다해 준비한 우리 팀원 분들에게 이 기회를 빌어 진심을 담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준비한 여러분들의 모습에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들로 인해 수많은 예비부부들이 조금 더 행복하고 의미있는 결혼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 고맙습니다. 우리 조금만 더 고생합시다.